모나코 국기 (게양용, 135*90cm)

알베르 1세는 프랑스와의 관계에도 더욱 신경을 써서 안전보장협약, 관세동맹 등을 체결하여 모나코의 국가기틀을 완벽하게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 그는 카지노의 대명사였던 모나코를 세계 최고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나라로 질적 도약을 이룩한 지도자였고 그의 뒤를 이어 루이 2세(Louis II), 레니어 3세(Rainier III)로 왕위가 이어졌다. 특히 레니어 3세는 1949년에 왕위에 올라 2005년에 타계할 때까지 모나코를 이끌었는데 알베르 1세가 다져놓은 토대 위에 강력한 현대적 의미의 강소국을 건설한 장본인이다. 레니어 3세는 헐리우드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와의 세기적인 사랑과 영화 같은 결혼식으로 더 유명해진 인물이기도 한데 그의 자녀들마저 심심하면 터지는 섹스 스캔들로 가십거리가 되어 그가 뛰어난 지도자로서 남긴 업적이 가려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여배우 그레이스켈리와 모나코의 황태자 레니어3세의 결혼식 사진이 대성당 밖에 전시되있다>

레니어 3세의 리더쉽이 가장 성과를 나타낸 곳은 경제부문으로 그 핵심은 카지노 산업에 대한 국가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균형을 회복하는 결단이었다. 그는 카지노 산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관광산업 그리고 신규사업인 금융업 육성에 모나코의 사활을 걸었다. 카지노와 연계성이 깊은 관광업과는 달리 금융업의 육성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레니어 3세는 1962년에 프랑스의 샤를드골 대통령과 '프랑스-모나코 보호에 관한 포괄적 협정'을 체결하면서 금융업 육성의 전기를 만들었다. 이 협정을 통해 모나코 은행은 저축이나 투자에 대해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일체의 세금을 물리지 않을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를 눈여겨본 세계의 부자들 중 대표적인 인물이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였는데 그가 모나코에 사금고를 개설하자 추이를 지켜보던 유럽의 부자들이 모나코 은행에 돈을 예탁하기 시작하였다. 모나코 은행은 이제 스위스에 이어 세계 부자들의 사금고 역할을 하고있다. 레니어 3세의 치하에서 모나코 정부재정은 카지노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산업 다변화에 성공하여 도박과 관련된 수입이 국민총생산의 5퍼센트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경제개혁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보살펴주는 사회복지 혜택도 대폭 확충되었다.  


 

<매일 정오가 되면 모나코 왕궁 앞에서 멋진 근위대의 교대식이 진행되는데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친다>

2005년 4월 6일 레니어 3세가 서거하고 그의 아들 알베르 왕자가 대공에 올라 알베르 2세(Albert II)가 된다. 어머니 그레이스 켈리의 피를 물려받아 잘생긴 외모에 만능 스포츠맨인 알베르 2세는 왕세자 시절에 뭇 여인들과 수많은 염문을 뿌린 주인공이기도 했는데, 누나인 캐롤린 공주와 동생 스테파니 공주 역시 스캔들로 파파라치의 표적이 되곤 하여 모나코 왕실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곤 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즉위 이후 알베르 2세는 과거의 이미지를 벗고 그의 증조부 알베르 1세와 아버지 레니어 3세의 업적에 뒤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환경운동가로서 자신을 포지셔닝하여 2006년 4월엔 개썰매를 이용해 북극점을 다녀오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있다. 지구의 온난화를 막기 위해 싸우는 전사의 이미지를 통해 세계 무대에 영향력을 미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알베르 2세는 국가차원에서 탄소중립운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환경운동가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려 하고있는데, 이 운동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숲을 육성하는 조치로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궁극적으로 탄소 발생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알베르 2세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모나코 요트쇼 조직위원회를 활용하여 수익금으로 풍력발전설비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실적을 이루어냈다고 한다.  모나코 정부는 또한 알베르 2세의 특별지시로 세계최초로 저개발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국민소득의 0.7%까지 올리기로 선언하고 추진중인데 우리나라의 ODA 수준이 0.07%, 국제사회가 대략 0.22~0.33%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혁명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강소국은 자신의 국가가 잘 살아야 하기도 하지만 국제적인 발언권을 높이는 것도 생존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모나코는 그런 면에서 의제설정이나 국제적 이슈 현장에서 자신의 체급과 비교할 수 없는 강대국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뤄오고있다. 나라의 크기는 슈퍼라이트급이지만 슈퍼헤비급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제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나코 왕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리더쉽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수시로 지도가 바뀌고 수많은 나라가 명멸했던 격동의 유럽에서 13세기 이후 700년이 넘도록 나라를 유지했고 또 최고의 강소국으로 자리매김한 모나코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오늘은 잘 세운 리더쉽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다.